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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게시판

어느 해외교포분이 쓴글....(퍼놓은거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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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울 렌까......'


제목을 읽고 무슨 봉창두드리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지도 모르겠군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일상이 바빠 이곳에 자주 들리지도 못했는데 와서 보니 아주 많은 변화가 있는것 같네요. 분위기도 비장함(?)함이 느껴지기 까지 하고 말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치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외국에 있는 저도 잘알고 있으니 왜 그런지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외국에 있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이곳은 한류에 관한 글을 올리는 곳이기에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글을 올리는건,
2주전에 있었던 어떤 경험 때문입니다. 그 경험으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되서, 그 느낌과 생각을 이 곳의 회원님과 나누고 싶어서 말입니다.
바로 올리려고 했지만 업무상, 그리고 여러가지 개인사정상 두주가 지난뒤에 올립니다. 그렇지만 그때 그 느낌을 아직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에 글로 옮기는게 어럽지는 않겠지만, 짧은 제 글재주의 압박이.........ㅜ.-

두주전 일본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들이 제가 근무하는 본사로 일주일간 출장을 왔습니다.
남자직원 3명과 여자직원 3명. 남자셋 여자셋 ( 음....어떤 드라마 제목같다는...)
일본인 직원들이라, 미국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이 담당하면 좋았겠지만,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제가 일하는 부서에 일본인 직원은 없는지라, 꿩대신 닭(?)이라고 같은 동양사람인 저에게 그들과 함께 일을 해달라고 부탁 하더군요. 누가요 ? 제 대머리 상사가 말입니다.
많은 미국 사람눈에는, 아직도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초록은 동색으로 보이나 봅니다. 동양인이라는 한 부류로 몰아 넣어 버리는거죠.

아무튼,
일본에서 출장을 온 직원들을 처음 소개 받던 날, 각자 인사를 끝내고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끝낸후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시간까지 업무 이야기를 할수는 없는 거니까 , 가벼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 그나마 제일 이쁘게 생긴 여자직원이 제게 한국사람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렇다 하니까 갑자기 세명의 일본인 여직원들이 거의 동시에 탄성을 지르는 것이 었습니다.
"Winter Sonata ~~!"
제가 좀 형광등이라서요......그 여자들의 그 말을 즉시 접수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어안이 벙벙해서 머뭇거리고 있었더니, 그중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남자직원이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기에울 렌까!" ( 저를 위해서 딴에는 한국말로 발음해 준겁니다....한국말이라는걸 나중에 알았지만....)

음....사실 두번째 말에 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거야....?'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 두 말이 겹쳐지면서 뜻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겨울연가'(아하~)

많이 읽고 듣던 제목을 외국인이 서툰 한국말로 읽으니 전혀 딴나라 말 같다는 생각에 속으로 웃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점심 시간 내내 여자직원들의 겨울연가 예찬론을 듣느라 좀 피곤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 물론, 아주 기분 좋은 피곤함이었죠. 역시 남자와 여자는 관점이 다른가 봅니다. 여자들은 배용준 이야기만 해대고, 남자직원들은(저보다도 한참 나이가 많은, 40살이 넘은 남자들이 다른 나라 어느 여배우에 넋이 나간것 처럼 이쁘다, 쥑인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를...) 최지우 이야기만 해대는데, 중간에 끼인 저는, 그들의 황당한 예찬론과 뜬구름 잡는 소리에 웃지도 못하고 진지하게 듣는 시늉을 하느라 조금 곤욕을 치뤘습니다.

겨울연가 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는건 이곳 올라온 글들과 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정말 어느만큼 인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게다가 아주 말이 없고 얌전한 그들중 한명인 일본인 여직원 조차 ,다른 이들이 배용준이라는 배우의 이야기를 할때면, 덩달아 눈이 번쩍 거리며 입에 거품을 물것같이 이야기속에 빠지는걸 보면서, 겨울연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죠.
더더구나, 남자직원들까지 여자직원들 처럼은 아니지만, 여직원들의 이야기에 간간히 맞장구를 치는걸 보면서 , 미국인 직원들과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저는 많이 어색 했습니다.그러면서 최근의 소위 '한류'라는 흐름에 대한 대화를 간간히 나누었죠.

그들의 마지막날 그들을 환송할겸해서, 퇴근후에 회사 근처의 식당에 들려 식사겸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남자직원 한명이 제게 이렇게 질문을 하더군요.

"Do you know Lee Sooheon ? "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 질문을 받고, 제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모든 연예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보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워낙 연예계 소식이나 연예인에대해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이 알고 있을 정도면 꽤나 유명해서 저도 알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얼굴을 떠올리려고 한참을 생각 했습니다.
결국 모르겠다 대답을 했더니 이리 반문 하더군요.

" 술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지하철에 치여 죽은 한국인 유학생을 모른다고 ?"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그러면서 곧바로 그 유학생을 떠올리지 못한 제 자신이 그 일본인 직원들에게 창피하다 생각 했습니다.
알고 있는데 또 연예인 이야기를 하는줄 알고 떠 올리지 못했다 변명을 했더니 제게 질문을 한 그 직원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었습니다.

" 일본에서는 아직도 그의 이름을 기억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지식인들 중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단순히 외국인이 일본인을 구하려다 그리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 그보다는 그가 바로 한국인 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일본 사람들도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일본과 일본인들을 싫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일본 사람들중 많은 이들도 한국과 한국인을 싫어했었다. 소위 우리는 서로를 적(enemy)로 보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런데 우리를 적으로 보는, 우리에게는 적일수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적을 구하려다가 그리 된것이거든. 그점이 우리를 감동 시킨거지. 이웃을 구하기는 쉬울수 있어도 원수를 구한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니까. 바로 그 사실이 일본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거지. 그 사건이 있고 난후 부터 일본인들이 한국과 한국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달라 졌다고 보면된다."

"아무리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뛰어나도, 일본인들의 마음이 그 드라마를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였다면, 지금처럼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를 하기는 불가능 했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 젊은 유학생 한사람의 희생이, 우리 일본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닫힌 마음을 열게 해주었다 보면 되. 그 사건 이후로 한국인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 시작하게 된거나 마찬가지니까."

이 말을 듣고,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젊은이가 한국에서 태어 났다는 것에 대해,
그런 한국의 젊은이가 바로 그날 그 시간에 그 전철역에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제게 그런 말을 해주는 일본인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런 복잡한 생각과 말을 영어로 능숙하게 설명해줄수 있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 하하 이거 정말 입니다. 제가 이제 까지 만난 일본인 직원중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젊은 유학생 한사람의 희생이 얼마만한 여파를 두나라에 남겼지는 조차 생각해 보지도, 그리고 알아 보려 하지도 않았던 제 자신에 대해 말입니다.

여자직원중의 한명도, 자신 또한 그 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한 이후부터, 일본에서 알거나 마주치게 되는 한국남자들을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되더라는 말을 하더군요.

내 이웃을 구하기는 쉬워도 원수를 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수현의 희생이 값진거다라는 일본인 직원의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올린 글에도 이런말을 했던것 같습니다만,
바로 이런게 진정한 한류이지 않을까 싶네요.
마음과 마음이 맺어지는것 말입니다.
정말 그 젊은 유학생의 희생이, 닫힌 일본인들의 마음을 열게된 계기가 된것이 사실이라면, 콧대센 일본인들 사이에 퍼져 가고 있는 한류에 대한 공은 이수현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 젊은이에게 돌려야 할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많은 여운이 남았던 경험이라 이곳의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욕심에 짧은 글 솜씨나마 한번 올려봤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수현이라는 젊은이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적인 바램도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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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oohyun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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